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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순의 다이어리/용순의 게임 후기

009. 리터널

플레이 기종: PS5
본편 및 시시포스 DLC 까지 마무리 했음.

리터널은 로그라이크 형태의 슈팅 게임이다. PS5 독점 게임으로도 매우 유명세를 탔었고 상당히 어지러운 형태의 탄막 슈팅을 3인칭으로 보여주던, 약간은 새로운 형태였다. AAA급 게임 중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내가 알기론 없었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걱정되는 것이 바로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때문이다. 로그라이크는 기본적으로 반복되는 플레이를 강제한다. 엔터더건전, 아이작, 데드셀,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하데스, 링오브페인, 로그레거시1&2 등등 여러가지의 로그라이크류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이지 하기 싫다는 것이다. 매번 초기화 되는 진행상황, 나아지는 건 쥐똥 같은 것들, 내가 발전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봤자 그 끝을 보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 굉장한 피로로 다가온다.

이는 특히나 로그레거시1&2엔터더건전에서 두드러졌다. 나머지는 진행하다보면 얻는 재화들로 충분히 본인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쉽게 진행하여 그 끝을 볼 수 있는 반면 방금 언급한 게임들은 정말이지 그 나아진다는 경험을 얻기가 너무나 힘들다. 따라서 로그라이크 장르라고 한다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어떤 경험을 얻게 될지가 너무나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로그라이크라 함은 스토리가 주요 타겟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세상이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가 몰입하는 것이 힘들다.

그런데 리터널은 그렇지 않았다. 첫 시작부터 행성에 불시착하고 아주 조금만 걸어도 이상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닥에 널부러진 익숙한 우주복, 시체. 누가봐도 자기 자신인 상황. 그리고 알 수 없는 나 자신의 음성기록. 죽음을 맞이하면서 반복되는 짧은 주마등, 다시 반복되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 어울리지 않는 문장들의 조합. 이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지만 꽤나 절제 되어있는 혼란이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흥미를 유발하는데 큰 일조를 했다.

스토리

재밌게도 스토리가 매우 많은 흥미를 유발한다. 이 게임으로 치자면 본편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열댓번의 게임을 플레이 해야하고 마지막 보스와의 전투를 3번은 치러야 한다. DLC의 경우에는 1번의 최종 보스와의 전투와 7번의 게임 플레이가 필요하다. 적어도라고 했으니 저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해야할 것 같지만 오, 그게 그렇지가 않다. 대략 플레이 하는 건 저 횟수에 +5번 정도다. 상당히 빠르게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면 로그라이크 진행이 구획화 되어있기 때문인데 맵을 진행하면서 특정 체크포인트를 넘기면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이며 해당 체크 포인트는 한번 넘겼다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루트를 열어준다.
특히나 스토리가 플레이하면서 계속 진행된다는 느낌을 음성 메세지 로그로 잘 받을 수 있다. 적절한 양의 음성 메세지 로그, 알 수 없는 유적들에 남겨진 외계 메시지 등이 매 회마다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느낌을 줄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행성 탈출에 목적을 두고 탐험을 시작한다. 초반 1장 보스에서 3번 정도 죽고 난 뒤에는 무리없이 초반에 구성된 3개의 스테이지를 돌파할 수 있었는데, 최종장을 깨고 나면 주인공이 외계 행성에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에 성공하여 지구로 귀환한다. 그런데 재밌게도 지구로 귀환하여 행복한 여생을 보내다가 죽음을 경험하고… 자연사하여 매장될 때 다시 죽음으로부터 회귀하여 외계 행성에 떨어진다. 이것이 1차 충격이다. 그리곤 다시 맞이한 외계 행성의 모습은 60년 정도가 흐른 것처럼 보이는데 이 또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좀 더 고급 난이도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결말을 통해 어느 정도 많이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2회차에서 금방 엔딩을 맞이할 수 있다. 엔딩을 맞이하고나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아직 숨겨진 비밀이 많다고 하는데 다시 플레이하면서 각 스테이지에 숨겨진 조각들을 얻고 이를 다 얻은 뒤 다시 최종 보스를 깨면 마침내 진 엔딩을 볼 수 있다. 알고보면 외계 행성은 본인의 망상이었고 자신은 어머니 콤플렉스, 아이를 잃었다는 죄책감 등에 사로잡혀서 고통받는 것이었고 외계 행성에서 표류하는 것은 이런 콤플렉스들이 총 집합되어 나타난 현상이었던 것이다.

DLC의 스토리는 여기서 보충 설명을 더하는 방식이다. DLC 시시포스 타워는 주인공과 어머니의 관계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주인공은 어떤 상태인지 간략하게 보여준다.

플레이

로그라이크 슈팅 탄막 게임인데 손맛이 대단히 좋다. 이는 듀얼 센스에 내장 되어있는 햅틱 피드백이 미친듯이 좋은 탓일 것이다. 비단 손맛 뿐만 아니라 각 적들마다 기절 게이지과 약점에 쏘면 뻥튀기 되는 데미지, 총 마다 특색 있는 기믹들이 어우러져서 정말이지 너무나 잘 만든 게임이라는게 느껴진다. 밸런스도 상당히 괜찮아서 어떤 무기를 들어도 은근히 할 만 하다.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의 구성도 낙사 구간, 탁 트여있지만 이동기를 구사할 수 있는 공간, 함정들이 있는 공간 등등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캐릭터의 이동 속도 자체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호쾌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시시포스 타워 DLC의 경우 스테이지 자체는 60 스테이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1 스테이지를 돌파하는데 30초 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상당히 엔딩을 빠르게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필자는 너무나 그래픽 충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플스5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표출하기 위해서인지 파티클 효과와 촉수 효과들이 상당히 많고 이를 활용한 크리쳐 디자인들이 매우 수려하다. 육탄전으로 강해보이는 것들은 정말 강해보이고, 호리호리하여 뒷통수 꽤나 치고 다닐 것 같은 녀석들은 뒷통수 꽤나 친다. 육중해 보이는 녀석들은 정말 육중한 몸놀림과 미칠듯한 탄막을 내보내는 등 상당히 직관적이고 외계 스럽게 잘 디자인했다. 또한 적들의 포인트 칼라를 파란색으로 가져감으로서 적들의 구분이 그나마 쉽게 가져갔으며 특정 지형들에 의해서 잘 안 보이는 것도 감안하여 채색도 훌륭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겠다. 한 가지 화가 나는 점은 체력 회복 아이템과 체력 업그레이드 아이템 간의 식별이 어렵고 귀중한 자원인 에테르와 오염된 물건의 구별이 또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만 빼면 훌륭하다.

한줄평: 기대 안 했는데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다.
평점: 4.5점 (반 개짜리 별은 특수문자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