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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순의 다이어리/용순의 싱글벙글 과학 이야기

#006 너희들 똑바로 안 할거야? 이 배설물 같은 놈들!!

이야, 사이언스 잡지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랄만한 제목을 봤다.

 

Y chromosome proteins in female tissues

 

  뭐라고? 여성의 조직에서 Y 염색체에서나 나오는 단백질이 나온다고? 와, 정말 나는 세상이 격변하는 줄 알고 헐레벌레 눌렀다. 그런데 부제목이.. Unreliable protein-based tools are impeding sex-based research. 개떡같은 단백질 기반 도구들이 못 믿겠고 이게 성 관련 연구에 아주 큰 손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얼마나 깊게 빡쳤는지, 첫 문단부터 아주 이런 개떡같은 저질 논문이나 저질 자료들 때문에 연구가 힘들다. 니들 똑바로 해라 하면서 호통을 친다. 아니 Y 염색체가 없는 조직에서 Y 염색체에서 기인한 단백질이 나온다는 말도 안되는 자료 누가 만드는거냐면서 아주 그냥 길길이 날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e7187

 

  이런 과학적인 분야에서 성별에 대해 연구할 때는 일단 성별에 따른 서로 다른 표현형을 중심으로 연구하게 된다. 우리는 크게 XY면 남자가 되고, XX면 여자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이것에 좀 더 복잡한 과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 시간에 따른 변화, 호르몬 조절에 따른 변화, 항시적인 염색체 차이로 인한 변화. 이렇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일단 성별에 따른 차이가 언제 나타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갓난아이들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는가? 난다. 갓난아이여도 남성 생식기를 가지고 있거나 여성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는 XY나 XX에 의해 태아 때 결정되는 요소로 primary sex organ이라고 부른다. 그 뒤로는? 남성과 여성의 육체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상태로 유아기를 지나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온다. 이 때는 XY고 XX고 염색체 따위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로지 생식기가 만들어낸 호르몬의 양에 따라 2차 성징이 달라진다. 가슴과 엉덩이가 발달하고, 남성의 골격이 강대해지고 목젖이 튀어나오고 근력이 급상승하며 털이 나기 시작하는 전형적인 완성된 성별이 되는 것은 염색체가 아닌 호르몬에 의한 것이다. 이런 것을 secondary sex organ이라고 부른다. (뇌도 2차 sex organ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던데 관련해서는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나중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condary sex organ이 발달하지 않을 때라던지 이것들이 발달한 뒤에도 호르몬을 조절해서 사용해도 뭐... 염색체에 따른 차이가 나타날 수가 있다. 이게 이제 가장 연구하기 힘든 분야다. 이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 중에서 딱 이 염색체에 의해 나타나는 차이만을 골라내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어, 근데 이게 왜 중요할까?

 

  우리 주변에는 XXY 혹은 X, XYY 같은 염색체 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생식 기능에 문제가 있을지언정 일반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자라게 되는데 약간 외형적으로 좀 더 특징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질병에 걸리게 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분들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해야해서 과학자들이 연구할까? 아니다. 이분들의 사례를 통해 "아, 성 염색체가 단순히 자손 생산에 쓰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구나!" 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본 잡지 기사에서는 X, Y 염색체에서 유래된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왜 힘든지 나타내고 있다. 일단 Y 염색체는 X 염색체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만큼 유전자가 encode 하고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너무너무 유사하다. 거의 뭐 90%가 동일하니 말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2%의 동일 서열을 가지고 있는 DEAD box helicase 3 X-linked (DDX3X)와 DEAD box helicase 3 Y-linked (DDX3Y)는 서로 다른 ATPase 활성을 가지고 있으며 용해 특성도 달라서 liquid-liquid phase separation이 가능할 정도다. 또한 RNA metabolism도 다르다는데 이건 잘 모르겠고..

  중요한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이 두 염색체 중 어디에서 온 건지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Y 염색체에서 유래한 단백질에 대해서만 반응해야하는 항체가 아주 어이없게도 XX 염색체만 가지고 있는 세포, 조직에 반응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사기치는 항체들이 60종이 넘는다! 

 

   심지어 단백질 동정에 사용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Human Protein Atlas가 여성형 조직 (XX 염색체만 있음)에서 Y 염색체랑 연관 되어있는 NLGN4Y 라던지 ZFY, UTY 같은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하니 아주 그냥 프로그램도 말썽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필요 없고 이런 것 좀 알아서 잘 걸러서 퀄리티 높은 논문이나 자료나 재료 좀 만들어 달랜다. 크... 멋진 일침이다!